사주첩
개념

공망(空亡)이란?
비어 있는 두 자리

사주첩 서재 · 2026년 9월 13일

명식을 풀다 보면 "공망이 들었다"는 말을 한 번쯤 듣게 됩니다. 공망(空亡)은 이름 그대로 비어 있는 자리입니다. 원리를 알고 나면 셈 하나로 누구나 찾을 수 있고, 읽는 법도 생각보다 담백합니다.

10과 12가 만나면 두 자리가 남는다

60갑자는 천간 열 개와 지지 열두 개를 한 칸씩 짝지어 만듭니다. 갑자(甲子)에서 출발해 을축, 병인으로 나아가면, 천간이 한 바퀴를 도는 열 칸 동안 지지는 열 개만 쓰이고 두 개가 남습니다. 갑자부터 계유(癸酉)까지 열 칸에서 짝을 얻지 못한 지지는 술(戌)과 해(亥)입니다.

이 열 칸 묶음을 순(旬)이라 하고, 순마다 남는 두 지지를 공망이라 부릅니다. 정식 이름은 순중공망(旬中空亡)이고 줄여서 순공(旬空)이라고도 합니다. 하늘 글자가 내려앉지 못한 땅이니 비어 있다고 본 것입니다. 60갑자에는 순이 여섯 개 있으므로 공망도 여섯 가지이고, 공망 두 글자는 늘 이웃한 지지입니다. 일본의 산명학(算命學)에서 말하는 천중살(天中殺)도 같은 원리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내 공망 찾는 법 — 여섯 순 표

기본은 일주가 속한 순으로 찾는 것입니다. 내 일주가 아래 표의 어느 줄에 있는지 보면 오른쪽 칸이 공망입니다. 태어난 해의 기둥인 년주로도 같은 방법으로 찾아 함께 참고하는데, 둘 가운데 어느 쪽을 더 무겁게 보는지는 학파마다 다릅니다.

순속한 간지공망
갑자순갑자 을축 병인 정묘 무진 기사 경오 신미 임신 계유술 戌 · 해 亥
갑술순갑술 을해 병자 정축 무인 기묘 경진 신사 임오 계미신 申 · 유 酉
갑신순갑신 을유 병술 정해 무자 기축 경인 신묘 임진 계사오 午 · 미 未
갑오순갑오 을미 병신 정유 무술 기해 경자 신축 임인 계묘진 辰 · 사 巳
갑진순갑진 을사 병오 정미 무신 기유 경술 신해 임자 계축인 寅 · 묘 卯
갑인순갑인 을묘 병진 정사 무오 기미 경신 신유 임술 계해자 子 · 축 丑

표 없이 암산하는 법도 있습니다. 일간을 갑까지 거꾸로 세고, 일지도 같은 칸 수만큼 거꾸로 셉니다. 그러면 내 순의 첫 간지가 나오고, 그 지지 바로 앞의 두 글자가 공망입니다. 병오(丙午) 일주라면 병에서 갑까지 두 칸이고, 오에서 두 칸 거꾸로 가면 진이니 갑진순입니다. 진 바로 앞의 인·묘가 공망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나옵니다. 일주 기준으로 보면 일지는 절대 공망이 되지 않습니다. 일지는 그 순 안에서 이미 짝을 얻은 글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주 기준 공망은 년지·월지·시지에서만 찾으면 됩니다. 명식을 읽는 기본 순서는 사주팔자 보는 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공망을 어떻게 읽는가

전통적인 읽기는 간단합니다. 공망에 걸린 글자는 힘이 비어 있어서, 그 글자가 뜻하는 십성이나 가족의 작용이 약하거나 늦게 나타난다고 봅니다. 여기에 원칙 하나가 붙습니다. 나에게 이로운 글자가 공망이면 아쉽고, 부담이 되는 글자가 공망이면 오히려 부담이 준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이롭고 무엇이 부담인지는 사주 전체의 균형으로 정하는데, 그 기준이 되는 글자를 용신(用神)이라 합니다(용신이란?). 신살도 마찬가지여서, 천을귀인 같은 길신이 공망에 걸리면 힘이 줄어든다고 봅니다.

현대적으로는 공망을 '기대와 결과 사이의 틈'으로 읽습니다. 공망 글자가 가리키는 영역은 애써도 손에 쥐는 느낌이 옅어서, 집착을 내려놓고 과정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때 편해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재성 글자가 공망이면 돈을 쥐고 있기보다 흘려보내는 쪽에 가깝고, 관성 글자가 공망이면 직함보다 실력으로 인정받으려는 쪽에 가깝다고 풉니다. 공망 글자가 여럿인 명식을 두고, 현실의 셈법보다 철학·종교·예술 같은 정신의 영역에 끌린다고 보는 해석도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어느 기둥에 있느냐에 따라

  • 년지 공망 — 윗대와 고향의 울타리가 옅은 편으로 봅니다. 일찍 독립해 자기 터전을 스스로 만드는 흐름입니다.
  • 월지 공망 — 부모·형제의 덕보다 자기 힘으로 서는 흐름입니다. 다만 월지는 계절 그 자체라 힘이 워낙 커서, 월지 공망을 크게 보지 않는 학파도 있습니다.
  • 시지 공망 — 자녀와 아랫사람, 인생 후반의 자리입니다. 결실을 늦게 보거나, 결과보다 과정에서 보람을 찾는 쪽으로 읽습니다.
  • 일지 — 일주 기준으로는 공망이 되지 않습니다. 년주 기준으로는 일지도 공망에 걸릴 수 있는데, 이때도 배우자와의 인연을 단정하지 않고 참고로만 봅니다.

공망은 풀리기도 합니다. 공망 글자가 명식이나 운에서 다른 글자와 합(合)이나 충(沖)을 이루면 비어 있던 자리가 움직여 채워진다고 보고, 이를 해공(解空)이라 부릅니다. 어떤 글자끼리 합과 충이 되는지는 천간합과 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운에서 공망이 들 때 — 2026년·2027년 예

대운이나 세운의 지지가 내 공망 글자와 같으면 공망운이라 부릅니다. 옛 풀이는 이 시기에 벌인 일이 헛돌기 쉽다고 경계했습니다. 오늘날에는 금지 기간이 아니라 결과보다 준비와 정리에 힘을 싣는 시기로 읽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 2026년 병오년과 2027년 정미년은 세운 지지가 오와 미입니다. 공망이 오·미인 갑신순 일주, 곧 갑신·을유·병술·정해·무자·기축·경인·신묘·임진·계사 일주는 두 해 연속 공망운을 지납니다. 계약이나 큰 결정은 한 번 더 검토하고, 새로 벌이기보다 기반을 다지는 데 쓰기 좋은 두 해입니다.
  • 병오와 정미는 둘 다 갑진순에 속합니다. 그래서 2024년 갑진년부터 2033년 계축년 사이(입춘 기준)에 태어난 사람은 년주 기준 공망이 모두 인·묘입니다. 해가 입춘에 바뀐다는 점은 사주의 새해는 입춘부터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 10년 단위 대운의 지지가 공망이면, 그 10년의 주제가 늦게 여물거나 겉보다 속으로 쌓이는 시기로 봅니다.

흔한 오해 바로잡기

  • "공망이 있으면 인생이 텅 빈다" — 60갑자의 모든 일주에는 공망 두 글자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셈법이고, 공망 글자가 명식에 아예 없는 사람도 많습니다.
  • "공망 해에는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 — 공망운은 멈춤 신호가 아니라 속도 조절 신호입니다. 준비·공부·정리처럼 결과가 늦게 와도 되는 일에는 오히려 잘 맞습니다.
  • "공망은 무조건 나쁘다" — 부담이 되는 글자가 공망이면 그 부담이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 전통 해석입니다. 좋고 나쁨은 어떤 글자가 비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사주첩 사주 풀이에서 명식을 세우면 일주 두 글자가 바로 나옵니다. 위 표에서 일주가 속한 순을 찾고, 공망 두 글자가 년지·월지·시지에 있는지 맞춰 보세요. 특정한 날이 어느 간지인지는 만세력에서 날짜별 일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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